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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칼레의 시민]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도덕적 의무인가 사회적 의무인가?

by 글쓰는 베짱이 2013. 8. 21.

조각가 로댕(Rene-Francois-Auguste Rodin; 1840-1917)하면 '생각하는 사람'이 떠오른다.(물론 어렸을적에는 오뎅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로댕과는 별개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왜 로댕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묻는지는 눈치 챈 사람도 있을 것이다.(존경스럽다..^^)

로댕의 주요 작품중에 '칼레의 시민들(The Burghers of Calais)'이 있고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출처:http://cafe.daum.net/Gyeongbukwildworld]  

"The Burghers of Calais (칼레의 시민들), 1889, Bronze,  231 x 245 x 203 cm, 로댕미술관, 파리" 

 

'칼레의 시민'의 역사적 배경을 잠시 살펴보면 14세기에 시작된 영국과 프랑스간의 100년전쟁(1337~1453년)때의 일이다.

영국군은 프랑스의 북부도시 '칼레'는 당시 영국왕 에드워드3세에게 1년 가까이 저항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영국군이 정복하기에 앞서

칼레는 항복사절단을 보내어 '시민들의 목숨을 보장해 달라'며 읍소하였다.(영국왕은 칼레시민을 몰살 할 작정이었다.)

이에 영국왕은 "나에게 저항한 책임을 져라! 6명이 맨발에 죄수복을 입고 목에는 밧줄을 걸고 성문열쇠를 자기에게 가져오면 다른

시민의 목숨은 보장하겠다."라고 전한다.

 

도데체 누가 죽을 것인가? 그 6명이 나여야 할 이유는 없잖아!!

죽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누군가 먼저 나선다.

"내가 그 6명 중 첫번째가 되겠소" 그는 바로 유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

칼레시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이다. 그뒤로 시장, 변호사등의 5명의 귀족들이 동참하게 된다.

장 데르(Jean d'Aire), 피에르 드 위쌍(Pierre de Wissant), 자끄 드 위쌍(Jacques de Wissant),

쟝 드 피엥스(Jean de Fiennes), 앙드리에 당드르(Andrieus D'Andres)

 

여기까지가 칼레의 시민이 등장하게 되는 역사적 배경이다.(약간 드라마틱한 대사를 추가하였긴 하지만~) 그들이 과연 스스로 처형을 

당했을까?....드라마틱하게 영국왕비의 간청으로 이들은 모두 풀려났다.(칼레의 항복에 대한 일화가 약20여개가 존재 하는데 이것은

항복 의례를 하는 연극이라는 설도 있다. 지금의 일반적인 상식은 왜곡된 것이다.)

 

이런 프랑스의 역사적 사실(?)을 500년후 1885년 칼레시청 에서 조각가 로댕에게 6명의 영웅적인 모습을 담은 조각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후 10년의 작업끝에 조각상 '칼레의 시민'이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사회적 분위기(그당시 프랑스는 프로이센

전쟁에서 패배해 굴욕감을 주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민족주의, 애국심을 고취 시킬 수 있는 영웅적인 칼레의 시민이 필요했다.)

에 맞지 않는 두려움과 고뇌등의 인간적인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다. 또한 전시방식 역시 로댕과 시청은 마찰을 격게 된다.

시청은 받침대(단상)위에 진열하여 시민이 올려보게 하는 방식이었고 로댕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방식을 요구 하였다.

(물론 결과적으로 단상위에 올려졌다.)

 

그렇다면 '칼레의 시민'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의무)가 아니었던 것일까?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의미는 "사회적 계급에 따르는 의무"로 볼 수 있다.(이제는 신분제가 폐지되었으니..)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신분제

역시 개념의 차이가 있다. 동양의 경우 수직관계(권위주위)가 주요했던 것에 비해 서양은 역활관계(계약)가 주요했다. 또하나 예를 들면

노예들은 흏년이 들었을때 동양에서는 주인과 운명을 같이 했지만 서양에서는 다른곳으로 임대가 만연했다. 일종의 '의무'다.

 

즉, 칼레의 시민들은 하기 싫은 일도 그들의 계급에 따라 희생이라는 의무를 져야했다. 다시 말하면 칼레의 시민들의 행동은

'사회적의무'인 것이다. 이는 도덕적 의무와는 다른 개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대기업의 회장이 기부를 하거나 유명 정치인이 기부할때 언론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지면을 싣는다. 쉽게 말하면 그들이 단지 착해서

못사는 이웃들에게 시혜를 베푼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의무'로 프레임을 옮기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칼레의 시민'이 선뜻 자기 목숨을 내놓은 것은 표면상으로 다른 시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그들에게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시민들은 사회적 의무를 져버리는 사람(기업)에게는 표(지지)를 주지 않는다. 서양에서의 '사회적 의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것이다.

과거 동양의 왕권은 국민들의 기반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왜? 왕권은 천리(하늘의 뜻)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서양에서는 정치권력에는

국민(시민)들의 지지가 반드시 동반되야 가능했다. 이같은 봉건적인 사상이 대의민주주의 공화국인 한국에서 아직도 작용하고 있기에

'도덕적 의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행하는 것은 그들이 착해서 라기 보다 시민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모든 권력(정치)과 수요(경제)의 주체는 바로 우리 시민이기 때문이다.

 

PS.

참고로 '칼레의 시민'상은 전세계 12곳의 도시(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일본,미국등)에 있다. 이들 모두 진품이고 우리나라에도

1995년부터 '칼레의 시민'상이 존재한다.